작년 겨울 TV 시네마로 제작된 <수운잡방>이
영화관에서 특별 상영으로 반짝 개봉했었는데
그 티켓이 NGLA 2023 공연 중 풀려버렸다.
공식에서는 아무런 사전예고도 없이...
알음알음 정보를 탄 사람들 사이에서만...
그렇게 첫 무대인사 시사회를 놓치게 되서 허무했는데
그 뒤로 줄줄이 무대인사 회차가 늘어나고 GV까지 추가됐다.
근데 티켓이 갑자기 풀리니 정보가 느린 바람에 다 놓쳤다.
뭐,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어떻게 복이 굴러오겠나.
처음부터 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했다.
용산 CGV에서 무대인사와 GV가 연달아 잡혀있었는데
당일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넘어간다 해도
가장 적절한 시간대가 하필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GV였다.
무대인사라면 회차가 여럿이니 뒷자리라면 양도를 노려볼 만도 했는데.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허공에 외침으로 GV 양도 찾는 글을 썼다.
근데 별로 노출도 안되는 우주의 먼지급인 내 계정을 봐준 어떤 분이
전날 밤 늦은 시간에 양도 해주시겠다고 먼저 연락을 주셨다.
자리가 뒷쪽이라고 했지만 애초에 작은 관인데 들어가기만 해도 감지덕지고
실제로 중간열 정도여서 내가 보기엔 나쁘지도 않은 자리였다.
귀한 티켓인데 너무 감사하게도 정가 양도 해주셔서 소정의 마음을 보탰다.
김포공항에서 캐리어 끌고 용산역으로 가서
가족과 합류해 짐 보관을 부탁하고
우당탕탕 어찌저찌 늦지 않게 입장한 GV.
<수운잡방> 상영이 끝나고 감독과 배우가 입장해
질의응답을 갖는 시간에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었다.
약 10일 전쯤 NGLA 2023에서 산하를 실제로 처음 봤는데
피아아레나 3층 꼭대기에 앉았기 때문에 눈에 새겼단 느낌보다는
산하의 노래를 실제로 들음으로써 귀에 담았다는 감동이 컸다.
그치만 약 10일 후 은혜를 입어 CGV 상영관에서 산하를 보니
이것이야 말로 실물 영접이었다. 다시 생각해도 감사한 일이다.
카멜색 롱 코트를 입고 차분하게 덮머 했던 그날의 산하.
멋있고 예쁘고 귀엽고 뽀얗고 청초하고 단정했다. 그저 좋았다.
나는 그가 보이지만 그는 내가 보이지 않는 이 거리감도 딱.
각 회차마다 산하가 핫초코를 선물로 준비해서
친필 메시지가 들어간 스티커까지 붙여 나눠줬는데
아무래도 이런 건 앞열에서나 받을 수 있는 거라서
나는 욕심 비우고 멀리서 바라만 봤다.
나중에 팬들이 올린 인증샷에서 최대한 정면인 사진 주워서
글자 부분만 잘라내서 원본 사진과 얼추 사이즈 맞춘 뒤
포토티켓으로 뽑았다. 자가복제 = 자기만족.
스캔 이미지가 아니니 색감은 안맞지만 아무렴 어때.
GV 종료 후 카운터에 가면 영화 포스터를 줬는데
처음부터 비닐이 씌워져 있어서 매우 좋았다.
그대로 구겨지지 않게 돌돌 말아서 챙겨오느라
지금까지도 끝부분은 살짝 말려있는 상태.
이맘때가 되면 산하가 연기한 김유를 떠올려본다.